한국중어중문학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회기부터 한국중어중문학회 제31대 회장직을 맡게 된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김현철(金鉉哲)입니다.
우리 학회는 제1대 차주환 회장님 때부터 여러 회장님과 임원진, 그리고 언제나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는 회원 여러분의 열정 덕분에 나날이 발전을 거듭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항상 선입견과 편견의 벽, 즉 경계를 넘어서려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중간에 학문영역의 확장과 적극적인 참여도 제고를 위해 회원 자격을 확대한 적도 있고, 또한 신흥 박사들의 발표 기회와 새로운 시각과 사고의 확산을 위해서 학술대회를 따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신선하고 진보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이 모두가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한 결과이며, 그것은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한 개인이든 조직이든, 벽을 뛰어넘는 열정과 용기가 없으면 절대 창의적인 것이 나올 수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습니다. 다시 한번 회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학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여 활발하게 학술발표회를 하고, 또한 수준 높은 학술지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 우리 학회에서는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임원진의 헌신적 노력 덕분에 그것들이 모두 원만하게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여기서 만족하지 말고 학회 회원들의 연구 실적을 해외 학계에 좀 더 효과적으로 알릴 방법을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학술이라는 것이 어느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서는 안 되는 것인데, 우리 학계에서 발표되는 수많은 논문이 해외 학계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래된 문제이고 해결 방안이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회원 여러분과 더불어 좋은 방법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중어중문학’이라고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착각과 무심코 지나치는 무관심이 대세인 요즘입니다. 물질적인 것이 모든 가치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우리 ‘중어중문학’ 교육과 연구가 가장 빛나던 시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전 학회원 여러분의 고단하고 치열했던 연구와 교육의 역사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이전 분들이 이루어냈던 학문적 성과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며, 또한 그것이 현실과 유리된 채 상아탑 안에만 갇혀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학문 분야와 비교해서 비록 궁핍했지만 묵묵하게 그러나 치열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냈습니다.
이전과 비교해볼 때 우리는 상대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연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문에 대한 열정이나 연구 성과, 지역 사회에의 공헌 등이 그 이전보다 많이 낫느냐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이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고 있고, 거기에 ‘중어중문학’ 교육과 연구의 위기라는 자조적인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쓰이는 이 시대에, 우리 역시 무기력하게 그 말에 공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다시 한번 ‘중어중문학’ 교육과 연구에 길을 묻고 가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은 세상입니다.
지금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인공지능 시대와 초연결사회의 도래를 말합니다. 이러한 시대에 ‘중어중문학’ 연구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 섞인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우리 내부에도 그러한 의심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저는 급속한 시대의 변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여전히 어문학 연구와 교육이라는 사실을 믿습니다. 대한민국 ‘중어중문학’의 교수자와 연구자들, 그리고 학습자들의 소양은 그 어느 때보다 뛰어납니다. 아무리 물질적 가치가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라고 해도 ‘중어중문학’ 연구는 그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연구자들이 시대의 변화에 호응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만들어 내며 열심히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내적으로는 학문적 치열함으로 무장하고, 외적으로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대중과 소통하며 우리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정신적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선학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학문적 깊이와 대중적 소통, 그것은 두 개의 다른 길이 아니라 하나의 길입니다. 그 길을 조금이나마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 길에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경계를 넘어서는 독특하고 참신한 생각들, 적극적으로 개진해주십시오. 학회는 참여하는 회원 여러분 모두의 것입니다.
또한 먼저 이러한 길을 만들어 주신 선배 회장님 이하 모든 회원분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4년 1월 1일한국중어중문학회 회장 김현철 드림